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눈이 내리는 벌판에서

무광무상무념 2013. 12. 14. 02:58

 

눈 내리는 벌판에서





◇◇◇도종환◇◇◇

 


발이 푹푹 빠지는
눈길을 걸어

그리운 사람을
만나러 가고 싶다



발자국 소리만이
외로운 길을 걸어

사랑하는 사람을
만나러 가고 싶다



몸보다 더 지치는
마음을 누이고

늦도록 이야기를
나누며 깊어지고 싶다
 


둘러보아도 오직 벌판
등을 기대어
더욱 등이 시린
나무 몇 그루 뿐

이 벌판 같은
도시의 한복판을 지나

창밖으로 따스한
불빛 새어
가슴에 묻어나는

먼 곳의 그리운 사람
향해 가고 싶다
 


마음보다 몸이
더 외로운 이런 날

참을 수 없는 기침처럼
터져 오르는 이름 부르며

사랑하는 사람 있어
달려가고 싶다